[1] 정본 백석 시집 - 백석

Posted 2013. 10. 14. 01:16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백석 (백기행白夔行)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내가 백석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생 때 문학을 공부하던 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읽으면서 였다. 나는 당시에 남고를 다녔었는데 이웃 여고의 한 소녀를 짝사랑 했었다. 수업을 듣다보면 그 소녀를 만나 보고싶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에 집중해야만 하는 학생이니 혼자서 끙끙 앓았던 것 같다. 이 때에 백석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김춘수 시인의 <>과 더불어 나의 마음을 달래어 주곤 했다. 특히 이 시에서는 환상적인 표현이 나와서 나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라는 시행이 나온다. 나타샤를 사랑하는 내가 푹푹 나리는 눈을 보고 아름다운 나타샤가 떠오르는게 아니라 내가 나타샤를 사랑하기 때문에 눈이 나린다는 표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사람의 내면안에 이와 같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세상을 그릴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덕분에 이 시를 볼 때면 나는 매번 가슴이 복받쳐 올랐다. 이런점에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나로 하여금 '순수한 사랑을 하자'라는 변함없는 일념을 내 가슴속에 새겨준 정신적인 표상이다.


  백석 시인은 서정시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연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말고도 <통영>,<고향>,<북방에서>와 같이 지방민속적이고 토속적이며 향토적인 느낌을 주는 서정시도 많이 썼다. 서정시를 쓸 때 백석 시인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직설적인 단어들은 쓰지 않았는 것 같다. 단지 여러 지방의 방언들과 순수한글단어들로 시인이 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모습을 단백하게 표현했다. 책의 엮은이도 백석 시인을 헛된 감상의 범람을 자제한 채 차분히 자신의 감정을 응시하며 내면에서 번져나가는 마음의 빛을 유리알처럼 투명한 언어로 실어내어 인생의 고니와 진실을 독자들의 가슴속에 심어주고 있다라 평했다. 이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시집을 읽기 여러 가지 면에서 쉽지가 않았다. 첫째, 시를 읽을 때 시어들이 방언과 고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평북방언과 평안방언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다른 타지방의 방언들도 많았다. 그래서 시를 읽는 중에도 자주 낱말풀이를 보게 되고 가끔은 낱말풀이를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도 많아 난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한자 사용이 많다. 보통 한자를 사용했을 때는 대부분이 체언들이였다. 지명이름, 사물이름들이였는데 이마저도 한자 공부를 깊이 하지 않은 입장에선 읽기 힘들었다. 이 경우에는 낱말풀이가 있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런 단점들은 다른 시점에서 보자면 백석 시인만의 향토적인 미적표현으로 볼 수도 있겠다. 시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소하고 낯선 방언과 고어들은 신기함을 주고 옛 것에 더 친숙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다. 간편히 말하자면 시가 쓰여진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겠다. 덧붙여 시에 먹을 것들을 많이 묘사하였는데 시를 읽다보면 군침돌 때가 많아 힘이 들었다. :D

 

  학생 때 공부를 한다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도 읽어본 적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백석 시인의 시집을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특히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여승>은 다시 한번 읽어도 나에게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흰 바람벽이 있어><오리 망아지 토끼>와 같은 좋은 시를 새로 찾아서 좋았다. 이번에 정본 시집을 읽으면서 백석 시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